80년대 레전드 코미디, 내 책장에 있음 — 폴리스 아카데미 컬렉션

오랜만에 정주행 했따아! 내 유년기를 박살낸 그 영화들.

이것은 폴리스 아카데미 1편부터 7편까지의 DVD 박스셋 소장품 소개글이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한 줄로 설명하자면, 폴리스 아카데미는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워너브라더스에서 만든 코미디 시리즈로, 쓸모없어 보이는 엉망진창 경찰 신입들이 온갖 사고를 치며, 그래도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 임무를 완수해내는, 그런 기적의 이야기다. 당시 TV 앞에서 웃다가 음료수 쏟은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거다 ㅋㅋㅋ.

박스 디자인부터가 심상치 않다. 1편부터 7편까지 디스크 7장이 차곡차곡 들어있는 구성으로, 손에 쥐는 순간 “아, 난 진짜 찐 소장러구나” 라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각 편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 1편 – 폴리스 아카데미 (1984)
전설의 시작.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시장(市長)이 바뀌면서 시민 누구든 경찰 지원이 가능해진다. 전과자 마호니는, 감옥 대신 경찰 양성소인 아카데미를 택하지만,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얄미운 해리스 중위는 이 오합지졸들을 어떻게든 내쫓으려 하고, 결국 신입들은 실제 폭동 현장에 투입되며 진지한 경찰이 된다. 시리즈의 출발점이자, 지금도 시리즈중 가장 재밌는 작품.

🎬 2편 – 첫 번째 임무 (1985)
졸업한 신입들이 지역에서 가장 치안이 엉망인 경찰서로 발령받는다. 심술궂은 마우저 중위는 이들을 이용해 라사드 서장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꿰차려 한다. 아직 1편의 여운이 남아있어 캐릭터들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다.

🎬 3편 – 또다시 훈련속으로 (1986)
예산 삭감때문에 지역의 라이벌 관계인 두 경찰 아카데미 중 하나를 폐교해야만 한다는 통보가 떨어진다. 라사드 학장은, 자신의 아카데미를 살리기 위해 신입 훈련에 사활을 건다. 슬슬 80년대 코미디물 특유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웃긴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가장 추억 속에 남아있는 작품.

🎬 4편 – 시민 순찰대 (1987)
치안을 개선하기 위해 오합지졸 시민들이 직접 순찰에 참여해보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얄궂은 교관 해리스와 그의 쫄짜 똘아이 프록터는 어떻게든 이 프로그램을 망하게 만들려 한다. 계속 주인공을 맡던 마호니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등장한다. 스케이트 보드계의 전설 토니 호크와, 대박 치기전의 샤론 스톤도 출연!!

🎬 5편 – 마이애미 작전 (1988)
제목만큼 주 배경이 해변이다. 라사드 학장이 명예 경찰관으로 선정돼 마이애미 컨벤션에 참석한다. 그런데 실수로 보석 도둑들의 가방과 자기 가방을 바꿔치기하면서 사건이 터진다. 장소만 마이애미로 바뀌었지 다들 사고치는 건 여전하다…

🎬 6편 – 시티 언더 시즈 (1989)
도시 곳곳에서 강도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경찰 내부에 내부자가 있다는 의혹이 커진다. 라사드 학장과 팀이 배후의 마스터마인드를 잡으러 나선다.

🎬 7편 – 모스크바 작전 (1994)
러시아 마피아 보스 코날리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중독성 강한 비디오 게임을 앞세워 컴퓨터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고 연쇄 강도 사건을 벌인다. 러시아 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자 결국 라사드 학장팀을 모스크바로 불러들인다. 크리스토퍼 리론 펄먼이라는 뜬금없이 거물급 배우들이 합류했지만 시리즈 최약체라는 평가는 피하지 못했다. 그래도 소련 붕괴 직후 실제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촬영한 첫 미국 코미디 영화라는 기록은 남겼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은, 아마 진짜 팬 맞을거다.

먼저 7편까지 완주한 세 명이다.

조지 게인스(George Gaynes). 멍청하고 순수한 라사드 학장 역으로, 매편 사고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귀여운 캐릭터다. 학장이 없으면 폴리스 아카데미가 아니다. 1편부터 7편까지 단 한 편도 빠지지 않은 진짜 레전드.

마이클 윈슬로우(Michael Winslow)는 입으로 사이렌, 총소리, 기계음을 전부 구현하는 존스 역. 실제로도 “1만 가지 효과음의 사나이”로 불리는 진짜 특기를 그대로 캐릭터에 녹여냈다. 7편 모스크바까지 따라갔다.

데이비드 그래프(David Graf)는 총기에 집착하는 태클베리 역으로 7편 전편 개근. 진지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처리하는 게 이 캐릭터의 매력이었는데, 안타깝게도 2001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6편까지 함께한 멤버들도 있다.

G.W. 베일리(G.W. Bailey)는 주인공들을 항상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해리스 중위 역으로 1편부터 6편까지 개근. 사실상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이 해리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편 당하고, 매편 또 덤벼드는 그 집념이 시리즈를 유지시킨 원동력이었다. 7편에 빠진 게 아쉬울 정도다.

마리온 램지(Marion Ramsey)는 평소엔 말이 없고 목소리도 작다가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훅스 역. 그 낙차가 매번 웃음 포인트였다. 참고로 그 특유의 작은 목소리는 원래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낸 것이었다고 한다. 7편 캐스팅에서 빠진 걸 본인도 많이 속상해했다는 후문이 있다.

이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리즈가 시리즈답게 느껴진 거다. 배우가 바뀌면 폴리스 아카데미가 아니니까.

📽️ 영화 뒷이야기 & 영화가 남긴 것들

사실 이 영화, 탄생부터가 황당하다. 제작자 폴 마슬란스키가 1983년 다른 영화 촬영 현장에서 경찰 신입생들이 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걸 보고 그날 밤 아이디어를 두 장짜리 메모로 써낸 게 시작이었다. 참고로 당초 주인공 마호니 역엔 톰 행크스저지 레인홀드도 후보였다.

스티브 구텐버그(극중 마호니)는 오디션장에 아버지 경찰 셔츠를 입고 나타났는데, 아버지가 실제 뉴욕 경찰이었다. 마이클 윈슬로우는 제작자가 그 특유의 공연을 우연히 보고 바로 캐스팅을 결정했다. 폭유의 매력적인 캘러핸 교관은 원래 마초적인 여성으로 설정됐는데, 배우 레슬리 이스터브룩이 직접 설득해 섹시하고 강인한 캐릭터로 바꿨다.

아카데미 캠퍼스로 쓰인 건물은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폐정신병원이었다. 겉으로는 미국 배경인 척했지만 사실 캐나다에서 찍었다.

예산 480만 달러짜리 B급 코미디로 시작했지만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984년 미국 흥행 6위에 올랐다. 평론가들은 혹평했지만 관객들은 달랐다. 유명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별점 0개를 줬는데 (ㅋㅋㅋ), 그게 오히려 화제가 됐을 정도다.

그리고 이 영화가 남긴 진짜 영향은 단순히 웃음이 아니다. 인종, 성별, 체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경찰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이 80년대 할리우드에선 꽤 파격적인 다양성 메시지였다. 물론 영화 자체는 그걸 진지하게 다루진 않았지만, 스크린에 그런 앙상블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솔직히 요즘 OTT 시대에 DVD 박스셋을 소장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갖고 싶어서 갖는 것이다. 80년대 추억 소환용으로도, 온 가족이 함께 볼 무해한 웃음으로도 이만한 게 없다. 마호니 흉내 낼 수 있는 사람만 진짜 폴리스 아카데미 팬이라고 생각한다.

아, 설마 8편은 없겠지? ‘ 어쨋든 시시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영화. 너무 ‘썰렁해서’ 오히려 급 웃음이 터지고마는, 결국은 웃게 하는 영화. 언젠가 이 80년대만의 추억의 개그를 만끽해 보시길.

1 COMMENT

匿名

J님! 다른 글 들도 읽어보다 얼핏 사진도 봤는데, 혹시 올 2월쯤 신바시역 앞 참정당 연설때 마이크 잡고 팩폭 하신 분 맞나요? 이런 즐거운 글도 쓰시는 군요. 얼굴은 동안인데 아는것도 많으신거 같고 일본어는 물론, 주장도 저는 거의 동의는 합니다만..같이 외국 사는 입장으로써 님만 좀 피곤하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 참고 사는것도 방법이라 봅니다. 그 놈들을 자극하면 오히려 기뻐한다 보거든요. 그들이 외국인들을 몰아내려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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