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년 차가 말한다: 그 ‘깨끗함’, 사실은 ‘눈치보기’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왜 쓰레기를 안 버릴까요? 양심 때문일까요, 아니면 눈치 때문일까요? 20년을 살면서 저는 후자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 근거를 아래에 풀어봅니다.

올해 7월 14일, 일본에 온 지 정확히 20년이 되었다.

먼저 밝혀둔다. 정착 햇수 따위는 자랑거리가 못 된다. 일개 소시민이 아는 척할 생각도 추호도 없다. 다만 20년쯤 살다 보니 몸으로 느낀 것이 있어서, 오늘은 일본의 ‘시민의식’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요즘 SNS를 보면 특히 한국 분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역시 일본은 거리가 깨끗해!”
“사람들이 매너가 진짜 좋아!”

한국도 일본도 아닌 뉴질랜드에서 살다 온 제 눈에는 이 칭찬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제3자의 시선이라 오히려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 싶어,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제 대답은 단호하다.

“아니요. 더러워요.”

이렇게 말하면 “그럼 한국은 더 더러운 나라라는 소리냐”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그런 뜻이 아니다. 이 논쟁의 핵심은 ‘무엇을 기준으로 더럽다고 하느냐’에 있다.

SNS에 올라오는 “일본 깨끗해요!” 사진은 대부분 여행 중에 찍은 것이다. 그리고 여행자가 가는 곳은 대개 관광지다. 어느 나라든 관광지는 반짝반짝하게 관리한다. 나라의 이미지가 곧 관광 수익이니 당연한 일이다. 명동이나 홍대만 보고 “한국은 어딜 가나 활기차고 깔끔하네!”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나라의 청결도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관광지 외 바깥을 봐야 한다.

  • 평범한 주택가 골목
  • 동네 공공장소
  • 매일 사람들이 오가는 대중교통

이 사진들은 특정한 시기나 장소를 노려 일부러 찍은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일상 속에서 마주친 장면들을 그때그때 담아둔 것이다.

“어? 내가 가봤을 땐 깨끗하던데?” 하고 반문하고 싶은 분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다음에 나올 ‘일본 사회 특유의 기질’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그래도 끝까지 깨끗하다고만 하시겠다면… 뭐, 이 글은 안 읽으셔도 된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자유니까.

일본 사람들의 ‘기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있다.

해외 스포츠 경기가 끝난 뒤, 일본 관중들이 자기들이 앉았던 자리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고 돌아가 각종 미디어에서 찬사를 받았다는 기사, 한 번쯤 보셨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일본 국내 스타디움에서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청소하는 모습을, 나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일부는 처음부터 의도하고 쓰레기봉투를 챙겨 가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토록 말끔히 치우던 사람들이 자기 나라 경기장에서는 왜 가만히 있을까? 적어도 제가 본 바로는, 이 점이 오히려 이 미담의 정체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훈훈한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저는 이것을 개개인의 높은 시민의식이라기보다 ‘부화뇌동(附和雷同)’에 가깝다고 본다. 한 사람이 줍기 시작하면 옆 사람이 따라 줍고, 그 옆 사람이 또 따라 줍는다. 전후 일본이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전체주의와 군국주의의 잔재가 아닐까, 즉 단순한 모방심리이자 집단심리가 아닐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느낌이다.

“너무 과한 해석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다. 그래서 제 주장을 뒷받침할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일본 어느 길거리, 쓰레기통이 가득 차서 더는 아무것도 넣을 수 없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사실 이 시점에서 이미 ‘깨끗하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런것이 종종 보이는 것은 진짜 부정 못한다).

이때 누군가 딱 한 사람이 쓰레기통 옆에 봉지를 툭 놓고 사라진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따라 한다!

한 명이 놓고 간 자리에 두 번째, 세 번째 봉지가 쌓이고, 어느새 그곳은 작은 쓰레기산이 된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누구 하나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반대로, 처음 쓰레기를 놓고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누구도 따라 버리지 않는다. 그 자리는 계속 깨끗하게 유지된다.

장담한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첫 번째 사람’이다. 규칙을 지키는 것도, 어기는 것도 주변을 보고 따라 할 뿐이다.

쓰레기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일본어에는 ‘분위기를 읽는다(空気を読む)’,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는다(出る杭は打たれる)’, ‘동조압력(同調圧力)’ 같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20년을 살면서 쓰레기 말고도 이 ‘따라 하기’가 작동하는 장면을 정말 많이 봤다.

첫째, 빨간불 횡단보도. 차 한 대 안 다니는 한적한 길에서도 다들 얌전히 신호를 기다린다. 그런데 누군가 한 명이 슬쩍 건너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 건넌다. 이들은 신호를 ‘지키는’ 게 아니라, 남들이 지키니까 지키고 남들이 어기니까 어기는 것이다.

둘째, 마스크. 2023년 3월,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개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꽤 오랫동안 거리의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주변이 하나둘 벗기 시작하자 그제야 순식간에 벗었다. 코로나 때는 마스크 안 쓴 사람이나 영업하는 가게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자숙경찰(自粛警察)’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정부의 지침보다 무서운 것이 ‘주위의 시선’인 사회다.

셋째, 사재기. 2020년 초, 화장지가 곧 동난다는 소문이 SNS에 돌자 하루아침에 전국 마트 진열대가 텅 비었다. 개개인은 ‘설마 진짜 없어지겠어?’ 싶어도, 옆 사람이 카트에 쌓는 걸 보면 나도 일단 집어 든다. 그렇게 다 같이 사니까 정말로 없어진다.

넷째, 퇴근 눈치. 일이 끝났어도 상사나 선배가 안 가고 있으면 먼저 일어서기가 어렵다. 유급휴가가 있어도 다들 안 쓰니 나도 못 쓴다. 규칙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다. 반대로 한 명이 당당하게 퇴근하면 분위기가 슬금슬금 바뀐다.

다섯째, 줄서기. 일본의 ‘줄 문화’는 자주 칭찬받지만, 맛집이나 한정판 앞의 긴 행렬을 보면 다른 면도 보인다. 무슨 가게인지도 모르면서 사람들이 줄 서 있으니 일단 서는 사람이 정말 많다. 줄이 줄을 부르는 것이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내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아니라 ‘남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기준이라는 것. 쓰레기통 옆의 실험과 똑같은 구조다. 물론 이런 사회적 동조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다만 일본은 이것이 ‘시민의식이 높다’는 칭찬의 근거로 쓰이기에, 한 번 짚어보고 싶었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남이 안 버리면 나도 안 버리고,
남이 버리면 나도 버리는 것.
이것이 과연 ‘시민의식이 높다’, ‘매너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것인가?

내가 아는한 진짜 선진시민의식이란, 아무도 안 보고 아무도 따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주변의 눈치와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그것과는 다르다.

물론 일본에도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다. 이 글은 일본 사람들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본 = 깨끗하고 매너 좋은 나라”라는 공식이 관광지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과 미담 몇 개로만 만들어진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에 살아보신 분, 혹은 여행 말고 오래 머물러 보신 분께 묻습니다. 여러분이 본 일본은 ‘깨끗한 나라’였나요, 아니면 ‘깨끗해 보이는 나라’였나요? 경험을 댓글로 들려주시길 바란다🙂

2 COMMENTS

匿名

맞다. 만약 진짜 깨끗하다 단언할라치면 어디가나 깨끗해야 진정한 선진국일거다. 아마도 님 출신지인 뉴질랜드나 호주, 또는 북유럽쪽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직접 확인은 못하지만..

返信する
부캐미808

스레드 보고 왔습니다. 저는 도꾜도 아니고 지방인데 말씀대로 처음엔 오 청결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닥…근데 j님도 약간 좀 결벽증도 있는거 아니에요? 사진들 보니 왠지..

返信する

Comments댓글コメン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