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운동도 바뀌어야 한다: 회전근개 손상이 가르쳐 준 것

오른쪽 어깨 MRI (2025년 6월 촬영). 의사 진단은 완전 파열이 아닌 ‘마모’였습니다.

“좀 더 무겁게.”

운동을 오래 한 사람에게 이 말은 거의 신앙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회전근개 손상을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 믿음에는 “내 몸은 언제나 예전 그대로”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는 걸요.

이 글은 회전근개 손상 진단 후 1년간의 기록입니다. 어떻게 다쳤는지, MRI에서 무엇이 나왔는지, 2,30kg 덤벨을 내려놓고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고민까지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이 글의 요약

  • 원인: 수년간 혼자 짠 프로그램으로 쌓인 부담 + 한국 여행 중 며칠간의 무리
  • 진단: 오른쪽 어깨 힘줄 중 하나가 완전 파열은 아니지만 심하게 마모됨
  • 변화: 무식하게 크고 엄청 무거운 덤벨에서 2kg 덤벨로, 어깨 위로 올리는 동작 금지
  • 현재: 올해 재촬영 MRI에서 악화 없음, 단 근육이 예전만큼 안 붙는 게 불만

저는 오랫동안 전문 트레이너 없이 혼자 프로그램을 짜서 운동해 왔습니다. 내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분명한 맹점이 있었습니다. 내 자세와 습관을 객관적으로 봐 줄 사람이 없다는 것,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몸 상태를 점검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 어깨뼈를 지탱하는 힘줄에는 부담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습니다. 팔을 올릴 때의 뻐근함, 아침의 묵직한 어깨 같은 신호도 “운동했으니까 그렇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힘줄은 아프다고 소리치기 전에 조용히 닳아 갑니다.

결정타는 운동이 아니라 한국 여행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다른 사람들의 짐까지 대신 들어 주며 무리를 했고, 이미 한계에 가까웠던 어깨가 버티지 못했습니다.

여행이 원인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랜 시간 쌓인 부담 위에 평소와 다른 부하가 며칠 연속으로 더해지면서 임계점을 넘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 잘하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자만도 한몫했습니다…


같은 어깨의 다른 단면. 사진 속 주석은 일본 병원에서 쓴 것입니다.

2025년 6월에 찍은 MRI 결과는 이랬습니다. 오른쪽 어깨뼈를 지탱하는 힘줄 중 하나가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운동 방식 때문에 심하게 마모되었다는 것. 의사의 처방은 단순하고 단호했습니다.

“어깨선 위로 팔을 올리는 동작은 일체 삼가세요.”

(참고로 일본에서는 이 증상을 腱板炎(건판염)이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회전근개 손상’이라고 합니다. 같은 부위의 이야기입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SNS에 올린 글입니다.

여기 혹시 회전근개파열 되신 분 계신가요? 저는 오른쪽 어깨뼈를 지탱하는 힘줄중 하나 때문에 고민입니다(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으나, 잘못된 운동방식으로 인해 많이 마모되었다고 1년전 MRI진단 나옴). 의사말로는 이제 무조건 어깨선 위로 팔을 올리는 동작은 일체 삼가하라는데, 제가 집에 트레이닝머신이 있어서 습관적으로 턱걸이를 해버리거나 덤벨을 자꾸 위로 들어올리려 합니다. 버릇탓도 있겠고, 일단 운동은 꼭 세게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짐에가서 상담을 받아보니 ‘덤벨중량을 여성용으로 줄여라, 아님 그냥 전부다 맨손운동으로 프로그램을 바꿔도 단련은 된다’는데, 전 ‘그게 무슨 운동이냐?’라는 의심이 갑니다. 중량을 예를들어 1,2kg 짜리 아주 가벼운 걸로 바꾸고, 팔을 위로 들어올리는 레이즈 이런거는 그냥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다 힘줄이 끊어져버릴까요?

한번 손상된 힘줄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던데, 혹시 회전근개파열를 완전히 치료하신분 있으시면 조언 부탁합니다

(빌어먹을..나는 이제 턱걸이도 하면 안되고, 벤치 프레스도 안된단다. 여기 일본에서는 腱板炎이라 하는데, 한국에서는 또 ‘회전근개’라며? 어쨌건 다 내 잘못. 그동안 가장 어깨에 부담이 되는 동작만 골라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북두의 권 같은걸 보며 욕심 부리지 말고 나이를 생각해야 되는건데…)

지금 읽어 보면 이때의 저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금지한 동작을 집 트레이닝 기구 앞에서 습관처럼 하고 있었고, 헬스장 트레이너의 “맨손운동으로도 충분히 단련된다”는 조언에는 “그게 무슨 운동이냐”고 반발했습니다. 운동은 세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몸의 경고보다 컸던 겁니다.

그래도 알고 있었습니다. 어깨에 가장 부담이 되는 동작만 골라서 해 왔다는 것을요. 턱걸이와 벤치 프레스, 그리고 욕심을 부추기던 만화 속 근육질 영웅들.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만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힘줄과 인대는 탄력이 떨어지고, 회복 속도는 느려지고, 관절 주변 조직은 예전만큼 충격을 받아내지 못합니다. 특히 회전근개처럼 작고 섬세한 힘줄은 반복되는 부하에 약합니다.

문제는 마음이 몸의 나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머릿속의 저는 여전히 예전의 저인데, 어깨는 이미 다른 나이를 살고 있었습니다.

결국 운동의 판을 통째로 갈아엎었습니다.

  • 덤벨 교체: 20kg 안팎으로 들던 덤벨은 접어 두고 2kg짜리 여성용 덤벨로 바꿨습니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어깨는 이 무게를 훨씬 반깁니다.
  • 혈류 제한(압박) 밴드와 고무 밴드 도입: 무거운 중량 없이 낮은 부하로 근육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고무 밴드는 관절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지 않아 어깨 운동에 잘 맞습니다.
  • 동작 전면 교체: 원칙은 두 가지, 팔을 어깨 위로 올리지 않기와 무거운 중량 피하기.
  • 이너 머슬 강화: 어깨 깊은 곳에서 관절을 잡아 주는 작은 근육들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 코어 운동 추가: 예전엔 거의 안 하던 부분입니다. 몸통이 단단해야 어깨에 불필요한 부담이 덜 간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운동법을 모아, 어깨에 부담이 없는 방향으로 추려 직접 짰습니다.

올해 MRI를 다시 찍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딱히 나빠진 곳은 없고, 지금 하는 운동을 계속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크게 걱정할 상태는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일상에서도 평소에는 거의 아프지 않습니다. 다만 잠을 나쁜 자세로 잤거나, 무의식중에 무거운 것을 들어 버린 다음 날에는 어깨가 약간 욱신거립니다. 완전히 나은 게 아니라, 조심하면 별일 없는 상태입니다.

안심은 했는데, 불만이 하나 남았습니다. 이 운동으로 과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근육이 크게 빠지지는 않았지만 예전만큼 나오지도 않습니다. 나이 때문인지, 가벼운 중량과 바뀐 운동법 때문인지 아직 구분하지 못하겠습니다. 둘 다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붙는 속도가 느려지는 건 사실이고, 20kg에서 2kg으로 내려왔으니 자극이 달라진 것도 분명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제가 혼자 짠 프로그램입니다. 처음 어깨를 망가뜨린 것도 혼자 짠 프로그램이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다만 목표는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키웠나”였다면, 지금은 “어깨를 지키면서 얼마나 유지하나”입니다. 그 기준으로는 지금까지 합격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근육이 붙는 기쁨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어서, 계속 실험하고 기록해 보려 합니다.

덤벨에 적힌 숫자는 실력의 증명이 아니라 그날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표시일 뿐입니다. 20kg에서 2kg으로 내려온 건 후퇴가 아니라 운동을 오래 이어 가기 위한 전략입니다.

가장 무거운 걸 드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오래 운동하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혼자서 오래 운동해 온 분들, 특히 “나는 아직 괜찮다”고 느끼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몸은 말없이 부담을 쌓아 두었다가 어느 날 한꺼번에 청구서를 내밉니다. 작은 불편함을 넘기지 말고, 예전 기록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의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2kg 덤벨을 들고, 고무 밴드를 당기며, 팔을 어깨 아래에서 천천히 움직입니다. 근육이 예전만큼 붙지 않는 게 아쉽지만, 어깨가 버텨 주는 지금이 더 소중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 회복 경험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알려 주세요. 근육 문제는 다음 글에서 경과를 기록하겠습니다.

5 COMMENTS

막창

저도 비슷한 이유로 어깨를 다쳤습니다. 혼자 운동하다 보면 정말 모르고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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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1011

20kg에서 2kg으로 내리는 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알아서 더 와닿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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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

저는 오십견이랑 같이 와서 고생했어요. 물리치료 병행하니 훨씬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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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테짱

한 번 손상된 힘줄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꼭 맞지는 않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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匿名

혈류 제한 밴드는 어떤 제품을 쓰시나요? 압박 강도는 어느 정도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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