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나는 2006년 7월에 일본에 왔다. 처음엔 6개월짜리 워킹 홀리데이로 와서, 당시 시퍼런 20대로 젊었던 탓도 있었기에 비자가 만료된 후에는 어찌할지 계획조차 없었다. 하지만 인생이란게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법. 이제는 벌써 일본생활 16년째가 되버렸다 … 아예 눌러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필자는 이글을, 어디까지나 혹시 앞으로 일본에 오실 계획이 있는분들, 또는 단순히 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흥미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위해 썼다. 한때는 경제대국으로써 대한민국이 부러워하던 일본을, 현시점 소시민의 주관적 시각으로 고찰해본 참고자료이며, 특히 강조하고 싶은점은, 각 주제들을 결론중심으로 쓴점, 본인은 출생은 한국이지만 성장배경은 뉴질랜드 이기에, 무조건 한국만을 옹호하거나 하는 일은 없이, 제3국 입장에서 의견을 바탕으로 비교한점도 밝힌다. 아무쪼록 이 글이, 매스컴등에서 시시때때 오르내리며 우리와 어찌됐건 뗄레야 뗄수가 없는 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자 하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일하기
나는 지난 16년간, 일본에서 4개의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보았다. 일단은 여러분들이 제일 관심이 많으실 소득수준인데, 통틀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날의 한국이랑 별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특별하게 능력이 되셔서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실 정도의 분들은 논외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것이 휙휙 변해버리는 한국은 그 국민성과 특성탓에, 어쨋든 지금이 이전과 절대 같지 않다는 것은 여러분도 인정하실것이다. 이렇게 달려온 한국에 비해, 일본은 아시다시피 지난 30년동안 급여가 오르지 않고 최근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동경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쇠퇴의 원인이 반드시 자민당이나 코로나나, 우크라이나사태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먼저, 업종은 관계없이 일본에서 일하기에 대해 들려드리고 싶다. 일단 직장의 분위기인데, 이것이 특이하다. 좋게 말하면 화기애애하고 나쁘게 말하면 물렁하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대, 이 화기애애하다는 것이, 회사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애써서 모든것을 좋게좋게, 그리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 보다는 무조건 트러블만 일단 피하려 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할만하다. 다시 말해서, 문제가 설사 해결이 안 되었더라도, 사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로 부딪히는 일만큼만은 없게끔 필사적이라는 것이며, 여기서 바로 일본인의 민족성도 잘 보여진다는 점이다. 업종에 관계없이 지난 16년간, 업무상 문제가 있을때마다 회사의 상사나 경영진중에서 “이거 내가 처리할게” 라던지 “나힌테 맡겨” 라고 말하는 분은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상사 본인 자신이나 직원 한 개인이 저지른, 본인의 실수일 경우에도 똑같은 태도다. 본인 잘못이라 인정하며 앞에 나서는 경우가 없다는 말이다. 거래처나 고객의 클레임은 분명히 들어와 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이럴때 어떻게 하느냐, 회의를 연다. 두시간이 걸리던 세시간이 걸리던, 모두가 앉아서 ‘회사일이니 회사 전체적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것인가’ 서로 조심조심 의견만 교환한다. 무조건 ‘다 함께 가자’는 주의라는 것이다. 직원 잘못은 곧 조직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일본의 군국주의, 전체주의가 아직까지도 몸에 배어있다는 증거일까? 그리고 이런식으로 달려온 지금의 일본의 기업문화와,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회사들의 경영사정들은 과연 어떤가.
공과사 상관없이, 만사를 전체가 다 책임을 지는 이러한 경향때문에, 나는 일본에서 ‘속시원하게, 또는 기분좋고 후련하게’ 어떠한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은 이제껏 한번도 해본적이나 들어본적이 없다. 전체의 결정에 따를수 밖에 없는 분위기속에서, 이견이라는 것은 결국에 묵살당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를 가져봤자, 설사 그것을 표출하낟해도 딱히 소용없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들 잘 알고 있고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애시당초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던지, 해결을 속시원하게 하고싶다는 바램자체가 희미하다는 말이다. 그저 모두 앉아서 머리맞대고 몇시간동안 고민만 하면, 굳이 실수한 개개인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일 같은건 없이, 그다지 큰 처벌없이도 은근슬쩍 위기를 넘길수 있는 나라가 경제대국 일본이다.
직장내에서 규율도 한국과 비교할만하다.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만진다거나, 충전한다거나, 사적인 전화를 한다거나, 이런것들은 기본적으로 없다. 동료들간에도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서로 연락처를 모른 상태로 몇년이나 같이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로 결혼은 했냐. 어디 사냐. 취미가 뭐냐 등등, 아주 아주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물어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제 저녁 회식에서 같이 술먹고 왠일인지 사이가 좋아졌다 생각했더라도, 이쪽에서 다음날 아는척하고 웃어보이면, ‘어제는 회사 회식이니까 그랬던 거고 오늘은 오늘이다’ 라는 식의 사람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정’ ‘유대감’ 이라는것을 기대한다던지, 베푸는 개념자체가 아예 없거나 두리뭉실하기에, 가끔 외국출신 직원이나 드물게 좀 특이한 일본인 동료의 작은 친절함에는, 이들은 깜짝 놀라 고마워하면서도, 동시에 엄청 당황하며 버거워한다.
결론적으로 일본에서의 회사생활은, 본인이 굳이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갖지 않아도 좋고, 오로지 업무만 하고 지내셔도 괜찮으신 분이나, 타인이나 본인의 실수에도 원인분석이나 향후를 위한 개선 보다는, 무조건 그 상황만 어찌어찌 모면할 수 있게 모두가 그저 관대하기를 바라시는 분, 또는 기본적으로 멘탈이 약하신 분이나, 본인이 자기주장이 서툴러도 억울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아주 잘 맞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그럼 다음 글에서는 일본에서의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적어보겠다.